Cultivate Ambiguity 에스맘 쉼터

오늘 승미랑 안경점에 갔다가 한 여성지에서 나이 40에 몸짱이 된 워킹맘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젊어서는 날씬했지만 애 둘 낳고 직장생활하며 관리 못해 자연스레 55에서 66으로 넘어갔다는 평범한 스토리..
겉으로 보기에는 보통 체형이지만 나이들면서 서서히 허리주변으로 붙기 시작하는 군살들과 타협하며 살다가 체중감량 관련 이벤트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운동을 시작해서 현재는 몸짱의 길을 가고 있단다.

중학생인 두 아이를 키우며 안양에서 서초동으로 출퇴근 한다는 이 분은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모범적이고 바지런한 하루를 보내고 퇴근후 헬스클럽에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며 47kg까지 감량했다가 현재 52kg의 근육질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는데..

승준이를 출산하고 나도 비슷한 시기가 있었다.
장기간의 출산휴가 후 복직을 위해 긴장하고 노력하고 아가씨때보다 더 날씬한 몸매로 돌아간 적도 있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하고 영어학원 가고 열심히 일하고 10시넘어 출근해서 엄마네 집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승미승준이 들쳐 엎고 들어 오는 것이 일과였다.
하루에 5시간만 자면 감사한 하루였지만 몸에 베어서인지 특별히 피곤한 것도 몰랐다.
주말에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애들 아빠와 열심히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대로 된 요리를 해 본 적도 없고 거의 대부분 외식 일색이었다.
그나마 친정엄마의 보살핌 덕분에 승미승준이는 올바른 식습관이 베어 있어서 눈물겹게 감사하고 있다.

미국 본사로 가서는 혼자서 직장 다니며 두 아이의 세끼를 해결해야 했다.
캘리포니아의 프리스쿨과 초등학교의 경우 간식은 주지만 도시락은 대부분 직접 준비해가야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싱글 워킹맘 생활을 하던 미국에서 어른이 되고는 처음으로 하루 7-8시간씩 푹 자며 몸이 더욱 건강해진 것이다.
워낙 다양한 먹거리가 풍부하고 회사 문화 역시 본인이 스스로의 업무를 제어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개인생활이 충분히 존중되기 때문이다.
가사와 육아에 대해 의지할 곳도 없었지만, 반면 일과 승미승준이 전부였던 미국 생활에서 그 밖에 달리 내가 해야 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일상은 한가했던것 같다. (처음 1-2년은 이런 생활이 좋았는데 3년차가 되니 사는게 재미없고 너무나 외로워졌다. :)

귀국 후 학교로 돌아와서는 한껏 자유로울 수도 있지만 나름 규칙과 틀을 만들어 생활하려고 노력 중이다.
가사와 육아, 연구.. 돌이켜 보면 지난 일년은 내 평생 가장 충만하고 평온한 시기였던것 같다.
한국 직장에 다닐때는 스트레스와 짜증을 달고 살았고 아이들한테도 무늬만 엄마였는데 그 심각성을 못느끼고 있었으니 나름 치열하게 살았는데도 위험요소가 많았다.
미국 직장 다닐때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과 한계를 체득해 가며 아이들과 함께 너무나 많은 것을 배우고 깨우쳤지만 치열한 실리콘밸리에서 평생 그런 생활을 지속하기도 어려웠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제 이번 학기만 잘 보내면 그 오랜 기간 끌어오던 학교공부가 마무리 될 것이다.
혹자는 묻는다. 그 나이 그 경력에 박사학위까지 받아서 워하려고 하냐구. 뭐하자고 실리콘밸리를 박차고 돌아왔냐구.
사실 내가 그렇게 안살아봤으면 나도 똑같은 질문을 했을것 같다.

지난 14년간의 직장생활, 지난 일년 간의 학교 생활을 마무리하고 나면 난 어떤일을 하게 될까.

며칠 전 XP의 창시자인 Kent Beck의 세미나에서 그가 남긴 주옥같은 명언 가운데 가장 기억나는 것 한가지는..

초보자는 모호성을 싫어한다. 때문에 우선 그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애쓴다.
반면, 고수는 모호성을 직면함에 감사한다. 당장은 심난하더라도 이 모호성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관망한다.
즉,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 들어오기를 기다려 그 순간이 오면 냉큼 받아 패턴화하여 정복한다는..

낼모레면 고혹이 되는 나도 이제 고수의 대열에서 서는게 맞는것 같다.
지나간 젊음이 간혹 그립기도 하고 젊은 날의 무지로 인한 시행착오가 안타깝기도 하지만 되돌릴 수 없음을 인정하는 중이다.
대신 그 때 가지지 못했던 경륜과 여유를 쌓아가고 있지 않은가.

서두에 언급한 40대의 몸짱 아줌마처럼 외모에 대한 부분은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면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정말로 그것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가 관건인듯 싶다.

악착같이 이것저것 놓지 않으려고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자기관리하던 그때 그 시절에 겉모습은 보기 좋았지만 정작 마음의 여유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기억 때문이다.
하루 7-8시간 자면 몸이 가뿐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퍼맘이 되어 뛰어다녀도 별로 피곤하지 않더라..
이 나이에 뱃살관리해서 소개팅 나갈 것도 아니고 옷장의 옷이 맞지 않는 정도도 아니니.. 그냥 스스로와 타협하며 보낸 최근 몇년간이었다.

그냥 이렇게 맘 좋은 아줌마로 군살과 타협하며 살까? 아님 양손에 떡을 놓지 않으려고 곡예하던 그때 그 시절로? :)

덧글

  • 주연 2009/09/05 22:14 # 답글

    전 워킹맘도 아니..아가씨인데...군살과 타협하고 있습니다.^^;;
  • 에스맘 2009/09/06 09:28 # 삭제 답글

    전 아가씨때 군살을 구분하기 힘든 통통녀였답니다. 오히려 아줌마 되고 긴장해서 관리했던거 같아요. 그런데 나이들며 나태해지게 된거지요. 성취보다 유지가 어렵다고들 하잖아요. 지속적인 동기부여가 중요할듯 싶어요. 군살과 함께 마음의 평안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쁘게 공존하는거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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